[나의 군산, 나의 회관 일지 #6]

시민문화회관 곁에서 시간을 보낸 사람,

최덕규님


더운 여름날에는 사람들이 시민문화회관으로 다 몰렸어요. 자잘한 놀이, 제기차기, 줄넘기 같은 걸 하며 굉장히 북적거리는 공간이었죠.

최덕규 사장. 군산에서 나고자라 1988년부터 나운동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 로잇스페이스

최덕규 사장. 군산에서 나고자라 1988년부터 나운동에서 빵집을 운영하고 있다. ⓒ 로잇스페이스

1988년부터 나운동에서 빵집을 하셨죠? 한자리에 계속 계셨나요?

당시는 독일제과로 일반 제과점을 10년 정도 했어요. 1988년부터 2008년까지 했죠. 그 이후로는 파리바게트로 바꿔서 지금까지 운영하고 있어요. 같은 자리에서 5년 정도 더 하다가 이쪽으로 옮겨왔죠. 파리바게트는 올해로 23년째예요. 군산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이라고 하더군요.

당시 시민문화회관을 기억하는 모습이 있나요? 사장님이 경험 한 동네와 회관의 추억이 궁금해요.

그때는 나운동이 신도시라 아이들이 정말 많았어요. 전시회나 공연도 많이 했죠. 특히 어린이를 위한 공연이 있으면 줄이 엄청 길었어요. 가게 앞까지 이어지기도 했죠. 더운 여름날에는 사람들이 시민문화회관으로 다 몰렸어요. 자잘한 놀이, 제기차기, 줄넘기 같은 걸 하며 굉장히 북적거리는 공간이었죠. 차도 많이 안 다닐 때니까요. 그때의 시민문화회관은 놀이터였어요.


사장님도 공연을 많이 보셨나요?

사실 많이 못 봤어요. 가게에 손님이 많을 때니까요. 대신 공연 보러 온 사람들을 손님으로 맞이했죠. 축하해 주려고 케이크 사 가는 사람들을 보면 표정이 밝으니까. 그게 재밌었죠.

그런 추억이 많은 회관이었는데, 아쉽게도 2013년에 문을 닫았죠. 그땐 어떤 마음이었나요?

아시다시피 예술의전당이 문을 열고 얼마 못 가 시민회관이 폐관됐어요. 처음에는 빈자리가 컸죠. 가장 두드러지는 부분은 회관과 관련된 상업시설이 많이 사라진 거예요. 특히 이 동네에 꽃집이 5개 정도 있었는데 하나씩 점점 줄더니 지금도 하나도 없죠. 저도 타격을 많이 받았지만 주변 사장님들이 떠나가는 게 보여서 아쉬운 마음이 컸어요. 저는 계속 남아있었으니까요.

혹시 다른 동네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은 안 하셨나요?

저는 이 동네가 좋아요. 눈치 빠른 사람들은 개발되는 동네로 바삐 움직이기도 한다는데 저는 느려서 그런지 한동네에 있는 게 좋아요. 처음에는 시에서 회관을 매각한다고 했어요. 반대를 많이 했죠. 누 가 운영하는지에 따라 동네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어요. 회관 부지가 기부받은 땅으로 알고 있는데, 그걸 자산으로 팔아도 되냐, 하면서 민원을 넣었죠.

시민문화회관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셨네요.

그때 상인과 시민들 포함해서 2,500명 정도 서명해 줬어요. 제가 있는 나운 상가를 이용하는 주민들한테도 서명 용지를 받았죠. 주변 상가들이 지지를 많이 해줬어요. 제가 상인회 회장하고 있을 때니까 2017 연도 쯤이었는데,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죠.